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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심리를 공부하다.

말의 의미와 눈빛으로 사랑을 깨닫는다. "오만과 편견"

by 진마담 202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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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남자가 처음 만난 순간, 남자는 그녀가 오만하다고 판단했고, 여자는 그가 무례한 사람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일어나는 사건 속에서 둘은 서로에 대한 생각이 자신들의 편견이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깨달았다. 어느새 그 둘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남녀가 처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오만과 편견 속에서 부정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복잡한 말과 행동의 의미를 깨닫고 진실한 사랑을 이루는, 제인 오스틴의 고전 소설. 그 소설을 앤티크 한 양식과 함께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영화 "오만과 편견".이다.

소설은 읽지 못했지만 영화는 보았다

나는 아름다운 느낌의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중세 유럽 느낌의 앤티크 한 복장과 풍경이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만과 편견은 무조건 봐야 하는 영화였다. 어릴 적,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같은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고전 소설의 두툼하고 무거운 책의 무게와 그 안에 담겨있는 깨알 같은 작은 글씨에 기가 눌려 읽어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난 뒤 그 두꺼운 책을 꺼내 무언가에 홀린 듯이 밤새도록 책을 읽게 만드는 매력을 안겨 준 영화이기도 했다.

 

서로가 느낀 사랑을 오만과 편견으로 애써 부정하려 했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첫 만남부터 무뚝뚝하고 직설적인 남자 주인공 다아시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다아시도 마찬가지. 하지만 뒤돌아서서 계속 상대를 신경 쓰게 만드는 묘한 여운은 무엇일까. 두 사람은 계속해서 서로에게 끌림을 느낀다. 그래도 계속 서로의 느낌을 부정하는 그들. 여러 가지 사건 속에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자신을 위해 한 행동을 깨닫는다. 그로 인해 다아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엘리자베스. 서로의 마음이 통했을까. 다아시를 향한 마음을 주체 못 하고 새벽녘 산책하려 나온 엘리자베스와 그녀를 만나러 달려온 다아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음을 느낀다.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영화는 내내 주인공들이 서로에 대해 은유적인 표현으로 얘기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그들이 결코 서로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 그저 서로에 대한 끌림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관객에게 알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서서히 그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것 또한 아름다운 표현의 대사로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가끔은 돌려 말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은유적인 표현의 대사가 마음에 다가왔다.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말들은 생각하게 한다. 은유적인 표현은 말만 들어서는 알 수 없다. 상대가 말하는 동안 온 신경을 집중해 상대를 관찰해야 한다. 상대의 눈빛, 표정, 몸짓, 손놀림. 이 모든 것을 관찰하며 들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상대방이 하는 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은유적인 표현이 주는 매력이다. 지금의 시대는 직접적인 표현의 시대다. 바로 내 생각, 감정을 상대에게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그것도 모자라 직접적인 표현을 다 말할 시간이 모자란다. 때문에 그마저도 짧은 줄임말로 만들어 표현한다. 상대방의 표현에 귀 기울이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다. 그다음 오는 미래의 상황에만 급급한 나머지 상대방의 표현은 그때만 반응할 뿐이다. 곱씹어 해석한다는 것은 너무나 시간낭비적인 일이다. 좋으면 좋다 하고 싫으면 싫다 하면 그만인 세상이다.

 

복잡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음미할 때 비로소 뇌는 살아 숨 쉰다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은 수백 개가 넘는다. 하다못해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데 그 단어를 찾지 못해 답답한 경우를 참 많이 봤다. 난 이전에 남편과 함께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난 내가 아는 것 이외에도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나름 책도 많이 읽고 표현도 풍부하게 할 줄 안다 자신했음에도 말이다. 이런 나도 당황스러웠는데 같이 상담을 받으러 간 남편은 어땠을까. 감정 표현은 좋다 싫다만 할 줄 아는 남자가 말이다. 상담 이후 우리는 수많은 감정 표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리의 관계가 좀 더 다정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너무도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한 시대에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겠는가? 눈앞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뇌는 생각할 시간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가끔은 손편지가 그리워진다

사춘기 나이, 서툰 사랑을 하며 상대방이 쓴 편지에 쓰인 말들을 수십 번 다시 읽었었다. 밤새 의미가 뭘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다 전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며칠을 고민했다. 시집을 몇 권이나 펼쳐놓고 좀 더 내 마음을 담은 글귀와 시를 찾아내 편지지에 옮겨 담았다. 다음 답장이 오는 날까지 몇 번이고 대문 앞 우편함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했었다. 상대방의 이름이 적힌 편지봉투를 발견했을 땐 봉투를 뜯는 그 순간까지 그렇게 가슴이 설레었던 것을 잊을 수 없었다. 그때는 상대의 글씨체만 봐도 행복하고 마음이 설렜다. 지금의 시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의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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