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영화. 세 명의 아이를 홀로 돌보며 지쳐가는 주인공 마를로. 결국 마를로는 보모를 고용하게 되고, 그렇게 보모 툴리를 만나면서 지금까지 힘들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엄마, 아내라는 틀에 맞춰 숨 막히는 일상을 사는 여자의 일상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아낸 영화 툴리.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적인 아내, 엄마의 모습을 내 스스로에게도 강요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너무나 소름 끼치게 현실적인 영화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초등학생 나이 정도의 첫째 딸. 또래 아이들과 많이 다른(아마도 자폐증이 있는듯한.) 둘째 아들.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 셋째. 이렇게 세 명의 아이를 혼자서 돌보는 아내 마를로. 남편은 하루 종일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지친 아내를 흘끗 볼뿐이다. 혼자서 침대에 앉아 게임을 즐기면서 말이다. 마치 그런 행동이 아내를 위하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귀찮게 안 하면 도와주는 거라고 방관하는 남편들의 행동이다.) 너무나도 지친 모습의 마를로를 본 그녀의 오빠는 그녀에게 야간 보모를 고용할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마를로는 아이들은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슈퍼맘의 모습을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고집한다. 결국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온 마를로. 그녀는 야간 보모를 고용하게 되고 그렇게 보모 툴리와 만나게 된다. 너무나도 젊어 보이는 보모 툴리의 모습에 당황하는 마를로. 하지만 툴리는 마를로의 우려와 달리 아기를 잘 보살펴주고 덕분에 마를로도 삶의 활력을 조금씩 되찾아간다. 매일 밤 대신 아이를 돌봐주는 툴리와 많은 이야기를 하는 마를로. 툴리는 가족처럼, 때론 친구처럼 마를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준다. 그런 툴리에게 점점 의지하는 마를로. 하지만 마를로에게 툴리와 보내는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갑자기 더 이상 아이를 돌봐주지 못한다고 말하는
툴리. 그런 툴리를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는 마를로에게 툴리는 말한다. 당신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마를로는 툴리를 데리고 나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작은 일탈을 저지른다. 그러던 중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마는 마를로. 얼마나 지났을까. 의식 없이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마를로를 두고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의 남편. 그는 의사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고. 수면부족에 과로가 겹쳐 몸에 무리가 왔다고. 몸상태가 저 정도로 악화됐는데 눈치채지 못했냐고. 남편은 당황하며 대답한다. 전혀 몰랐다고. 요즘 아내의 상태가 좋아져서 별 문제없는 줄 알았다고. 의사가 진료차트를 쓰며 결혼 전 아내의 이름을 묻는다. 남편은 대답한다. "툴리예요." 시간이 지난 뒤 어느 날 아침. 퇴원한 마를로가 평소와 다름없이 주방에서 그릇을 씻는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달라 보이는 그녀. 마를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음악이 흐르는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런 그녀 옆에 어느샌가 다가온 남편. 그녀의 이어폰을 나눠 들으며 함께 그릇을 닦기 시작한다. 이제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영화는 장면 곳곳에서 혼자 육아를 감당하는 엄마의 모습을 적나라한 게 보여준다. 식사를 하는 아이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는 마를로. 그런 그녀의 꺼지지 않는 배를 보고 "엄마 배는 왜 그렇게 생겼어?"라고 묻는 첫째 딸.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자신에게 어떤 엄마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나요?"
프레임이 이렇게 무섭다
만약 그녀의 남편이 그녀를 여자, 아내라는 프레임이 아닌 "자신과 함께 생활을 운영하는 사람"으로만 바라봤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는 그녀와 모든 것을 분담하고 함께 했을 것이다. 그토록 한 사람에게 어떤 역할의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차별이 시작되고 누군가의 부당함이 결정된다. 그녀 역시 어쩌면 그러한 프레임을 자신에게 씌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회가 결혼한 여성에게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역할의 이미지, 아내의 이미지, 엄마의 이미지를 말이다. 여성이라면 남성이라면 누구나 프레임을 쓰고 있다. 사회가 형성되면 다수의 의견이 힘을 가진다. 다수의 의견이 힘이 되면 그 힘은 하나의 표준, 프레임으로 정의된다. 대부분의 이들이 이 프레임으로 자신의 잣대를 규정짓는다. 하지만 이 프레임은 결코 진실은 아니다. 다수가 만들어낸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그 프레임에 속해 있어야 우리는 안전함을 느끼고 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프레임이 결코 개개인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 자신의 지금이 버겁다면 스스로에게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어쩌면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프레임을 억지로 씌우고 있지 않는가? 과연 그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혹시라도 나에게 맞는 프레임으로 바꾸고 맞지 않는 프레임을 나만의 프레임으로 변형시킬 수 없는 것일까?
뇌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당신은 모든 한계에 갇히게 된다.
의식적으로 프레임을 벗어던지자. 처음엔 굉장히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현실에 안주하면 좀 편할 텐데. 당신의 뇌는 계속 이렇게 자신을 방해할 것이다. 하지만 알아두자. 스스로 프레임을 깨는 자들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모습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은 계속 현실을 쳇바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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