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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심리를 공부하다.

자신의 정체성과 얼마나 마주할 수 있습니까?"대니쉬 걸"

by 진마담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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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nish Gril

자신의 정체성을 용감하게 마주한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 그런 그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한 화가 게르다. 남편의 정체성을 함께 바라보고 인정하면서 겪게 되는 시련과 방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 무엇보다 에이나르와 게르다 부부의 실화를 진정성 있게 그려낸 영화 대니쉬 걸. 영화 안에서 성별을 뛰어넘은 사회 속에서 요구하는 나의 정체성에 관해 다시금 자각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에이나르 화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용감하게 드러낸 실화

1926년의 덴마크 코펜하겐.  유명한 풍경화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는 성공에 대한 포부가 큰 초상화 화가 "게르다"를 아내로 두고 있다. 누구보다 서로에 대한 예술적 영감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부부. 어느 날, 게르다의 그림 모델이 모델 자리를 비우는 사건이 발생한다. 남자인 에이나르에게 여자 모델 역할을 부탁하는 게르다. 에이나르는 당황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부탁이기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한다. 잠시 후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아내인 게르다는 그런 에이나르의 모습을 보며 장난스러운 사건이라 생각하지만, 이 경험으로 인해 에이나르는 다시 남자인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낀다. 한편 게르다는 여장을 한 에이나르를 그리기 시작하며 자신이 원하던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즈음부터 더 이상 에이나르는 남편 에이나르가 아니게 된다. "릴리"라는 이름으로 여성으로서의 새로운 삶은 시작한 에이나르. 그렇게 남편인 에이나르를 잃게 된 게르다. 이렇게 부부는 삶의 힘든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점점 릴리의 정체성으로 변해가는 에이나르. 급기야 에이나르는 여장을 한 채 다른 남자 "헨릭"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아내 게르다에게 고백하는 에이나르. 릴리라는 다른 여성 인격체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편 에이나르를 보며 게르다 역시 힘들고 방황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자꾸 코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에이나르. 그런 에이나르를 진찰한 의사는 에이나르가 이런 것은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면서 그에게 방사선 치료를 권한다. 그리고 그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 역시 비정상이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에이나르와 게르다를 옆에서 지켜보는 친구 "한스". 한스는 에이나르에게 의사를 만나보자며 설득한다. 에이나르는 그렇게 여러 명의 의사를 찾아가지만, 그때마다 만나는 의사들은 에이나르를 정신이상자, 동성애자 취급을 하며 에이나르를 무조건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려고만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을 겪어가면서도 에이나르는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지인 "울라"가 소개해준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러 간 에이나르와 게르다. 의사는 에이나르에게 지금껏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성전환 수술을 시도해 보자고 제안한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기로 한 에이나르. 그는 수술을 받기 위해 게르다를 둔 채 혼자서 독일로 떠난다. 첫 번째 수술이 끝난 에이나르. 게르다는 더 이상 에이나르가 아닌, 릴리가 된 그를 보기 위해 그가 있는 독일로 온다. 다행히 첫 번째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돌아와 화가 에이나르의 삶을 버리고, 백화점 향수 직원으로 취직하여 여자 릴리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어느샌가 자신의 삶을 인정해주는 아내 게르다와 한 집에서 살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두 번째 수술을 받으러 다시 독일로 가게 된 릴리. 이번에는 아내 게르다와 친구 한스도 같이 동행하게 된다. 하지만 두 번째 수술에서 수술 도중에 출혈이 너무 심해, 결국 릴리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자아의 정체성과 마주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에이나르와 같은 성별의 정체성이 아닌, 사회와 제도가 나에게 요구하는 모습과 나 스스로써의 온전한 나 자신이 충돌하는 정체성 말이다. 어떤 이는 아내로서의 역할이 자신에게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그 모습을 견디고 있고, 누군가는 부모에게 자랑거리인 자식의 모습으로 남고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살기도 한다. 자식의 면목을 위해서 억지로 결혼 생활을 참고 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을 부러워하는 시선 때문에 스스로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는 이럴 때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사회가 강요하는 모습과 정반대일 때. 스스로의 안정을 버리고 모험을 하려 할 때  우리의 주변은 우리에게 이렇게 외친다. 그건 네가 아니야!라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정체성을 버리고 안정을 선택할 때가 더 많다. 당신에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라고 강요하지는 않겠다. 그 모험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하고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게다가 원하는 결과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기에 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생각해 보자. 내가 나 자신을 사회가 강요하는 안정에만 가둬놓은 것은 아닌지. 나의 내면의 정체성을 너무 묻어놓은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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